미래의 성장 산업 ‘금융시스템 컨설팅’

문기봉 대표
“10년 내로 10배 이상의 성장 기대”
“남다른 기술력과 ‘집중화’가 우리의 경쟁력”

몇 해 전, 전 세계를 강타한 미국 발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금융은 21세기 지식기반경제를 가장 잘 대표하는 산업 가운데 하나다. 또 어느 정도 그 충격의 여파에서 헤어난 지금, 우리나라는 이제야 비로소 선진 금융 체제가 적극 도입되는 중이다. 시중 은행의 투자 은행으로의 전환, 보험 및 증권 업무 겸업 등. 이렇듯 기존 은행들의 담당 업무가 늘어나면서 이것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 역시 더욱 중요해졌다. NOAATS는 바로 이 금융시스템 컨설팅에서 독보적인 이력을 자랑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갈 길 바쁜 우리 금융 산업의 현실은, 역설적으로 NOAATS의 무한한 잠재력을 증명하고 있다. 
 
‘위기’ 속에서 탄생한 기업
한국 경제사에서 사상 유례없는 사태로 기억되는 1997년 외환 위기. 잘 나가던 기업들조차 파산을 하고 거리에 실직자들이 늘어가던 바로 그 때, NOAATS가 창립을 하게 된다. 창립 당시 회사명은 (주)노아 파이낸셜 엔지니어링. 창업주이자 대표이사인 문기봉 대표는 설립 배경과 연혁에 대한 설명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회사를 세우기 전에는 산업은행에서 국제 금융 및 외화 자산 거래 시스템 구축 업무를 담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영국 런던에서만 연간 2만 명 정도의 금융 IT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뉴스를 보고 이것이 전도유망한 분야라고 직감했죠. 그러다 97년 IMF를 겪게 되는데, 당시 산업은행이 국내 외환거래허브 역할을 맡고 있었기에 남들보다 일찍 그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결국 은행 업무, 파생 상품 등 모든 업무가 중단되었죠. 비록 제가 담당한 프로젝트는 성공리에 마무리했지만 더 이상 국내에서 비전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98년 노아를 설립했고, 처음 맡은 프로젝트가 일본 IBJ 와 노무라 증권의 조인트 벤처 였습니다”

전문 지식과 첨단 기술의 결합체
NOAATS의 사업 영역인 금융시스템 컨설팅은 사실 일반인들에게는 다소 생소한 분야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실제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NOAATS의 주 고객은 바로 은행, 보험사와 같은 금융기관들이다. 이들을 위한 자산 운용 소프트웨어 시스템 구축이 바로 NOAATS가 하는 일인 것이다. 다시 말해, 개인과 마찬가지로 금융기관 역시 자산을 운용해야 하는데, 이를 위한 다양한 형태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주 업무다. 제조업에 비유하면 외부업체가 생산라인과 플랜트를 대신 만들어주는 것과 유사하다. 금융기관이 프로젝트를 개시하면 함께 시스템을 구축한 후 철수하는 것이다. 그냥 듣기에도 상당한 전문지식이 필요한 분야임에 틀림없다.
이에 사실상 대한민국 내 모든 금융기관이 NOAATS의 고객 또는 잠재 고객이다. 실제로 한국은행, 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부산은행, 삼성생명, 교보생명, 대한생명, 메리츠화재, LIG 생명, 그리고 예금보험공사 등이 현재 NOAATS의 고객인 것이다. 한편, 실제 업무에 있어서는 시스템보다 지식과 역량이 더 중시된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 관점에서 더 나은 솔루션입니다. 또 좋은 소프트웨어 개발 못지않게 컨설팅 역시 중요합니다. 시스템을 단순 패키지 형태로 제공하지 않고, 고객의 특성에 맞게 설정하고 녹여내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죠. 쉽게 설명 드리면 소프트웨어와 컨설팅 이 두 가지가 결합된 사업입니다. 따라서 업무에 정통한 컨설턴트가 굉장히 중요한 분야지요”
NOAATS의 이런 전략은 결국 단기가 아닌 장기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한번 고객은 영원한 고객이란 모토하에 평균 5년 이상의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금융 IT분야에서 이렇게 하기란 대기업들도 쉽지 않다고 문 대표는 말한다. “한 번 맺은 인연이 끊어지지 않고 계속간다는 것. 그것이 바로 저희의 차별성입니다. 회사는 고객이 있기에 존재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단순히 최대한의 수익을 내기위해 고객을 오직 그 순간에만 이용하고 만다면, 훗날 신뢰 관계에 문제가 발생해도 더 큰 기회를 잃게 됩니다. 특히 자산운용은 연간 배증하는 시장으로 미래가 있는 산업인데, 고객관리를 단기에 끝내는 것은 정말 어리석습니다. ‘항상 고객이 감동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자’가 NOAATS의 모토입니다”

Advanced Technology Solutions
원래 이름이었던 (주)노아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은 현재 NOAATS 라는 조금은 어려운 이름으로 바뀐 상태. 창립 당시만 해도 금융공학을 뜻하는 ‘파이낸셜 엔지니어링’에 컨설팅 및 IT구축 업무라는 정체성을 담을 수 있었으나, 시간이 흐르다보니 유사 금융기관에서도 파이낸스란 단어를 많이 사용해 적잖은 오해가 발생한 것이다. 또 회사의 성장에 따라 새로이 아이덴티티의 외연을 넓힐 필요성도 있었고, 그래서 변경한 이름이 NOAATS다. A는 첨단을 지향한다는 Advance, T는 기술접목을 뜻하는 Technology, S는 고객이 원하는 Solution을 뜻한다.

'이노비즈‘의 새 둥지, 판교 테크노 밸리
NOAATS가 자리 잡은 첫 둥지는 바로 강남이었다. 그러나 주지하다시피 외국계 은행을 포함한 국내 대형 금융기관의 본사는 서울의 한복판인 종로와 여의도에 집중된 관계로, 이들이 주 고객인 NOAATS로써는 늘 사옥 이전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를 고민한 끝에 테크노 밸리를 선택했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의 미를 봤을 때 장차 서울 남부권 개발이 기대됐고, 또 경기도에서도 테크노 밸리를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의지가 엿보였습니다. 또 저희뿐만이 아니라 이노비즈 협회에 속한 다른 미래지향 기업들 역시, 새로운 둥지로 판교가 좋다고 보았습니다”

금융 선진국 대한민국을 꿈꾼다!
사업적인 측면해서 NOAATS가 성공하려면 일단 지금보다 자산 운용시스템이 더 널리 확산되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러려면 금융 산업이 먼저 발달해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아직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고 문 대표는 설명했다. “금융은 인프라에 의해 움직인다. 사람이 아닌 지식과 시스템에 의해 움직이는 산업인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가 교역규모로는 세계 10위권의 선진국이지만, 금융 산업의 경쟁력은 아직 그보다 한참 아래에 있습니다. 전자, 자동차, 선박 등 다른 분야에선 그렇게 1위가 많은데 금융은 그렇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을 이른바 관치금융 위주로 움직이다 보니,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게 쉽지 않았던 것이죠. 그것이 최근에야 비로소 자본 시장 통합법 등의 발효로 이제 막 확산이 되는 단계에 와있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의 목표치나 전망은 상당히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형 은행들의 인수 합병 및 투자은행 전환 등, 환경은 점차 조성되고 있습니다. 10년 내에 10배 이상의 성장이 기대되는 분야입니다”

정든 직원이 떠날 때 가장 아쉬워
문 대표는 창립 후 지난 14년간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을 묻는 질문에 ‘성공적 외화자산 운용시스템 구축을 이유로 한국은행 총재로부터 감사패를 받았을 때’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다음으로는 초부유층을 대상으로 한 삼성생명과의 공동 프로젝트였다고 덧붙였다. 당시 삼성생명의 브랜드 전략과 괘를 잘 맞춘 탓에 매우 적합한 시스템을 완성, 삼성그룹 사장단이 참석한 세레모니에서 상당히 큰 치하를 받았다고 한다.
반대로 ‘가장 힘들 때는 언제였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각별하게 생각했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때’라고 말했다. “모든 기업들은 발전하는 단계에서 갖가지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도 웬만한 것은 다 견딜 수 있는데, 정든 직원들이 회사를 떠날 때마다 ‘내가 좀 더 회사를 보란 듯 빨리 키우지 못했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다른 회사에 뺏기는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더 좋은 직장을 찾아가는 것을 말릴 수는 없죠”
그래서일까? 문 대표는 회사를 경영하는 것이 하나의 삶의 형태와 다를 바 없다고 인식하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경영은 학문의 대상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사에 필수적인 것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이냐는 의사결정의 문제, 또 자신이 가진 재화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자원배분의 문제 등, 모든 것이 경영입니다. 그래서 공통의 꿈을 가진 사람들이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전략을 세우고 합심하는 곳이 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인적자산이 가장 중요합니다. 적시 적소에 사람을 배치해 동기부여를 해야 하는 것이죠”

정말로 멋진 은퇴란
문 대표는 우리나라에는 성공적인 주식회사 모델이 없다며 아쉬워했다. 특히 창업자의 2세가 경영에 너무나 쉽게 참여하는 풍토를 지적했다. 무조건적인 경영권 세습보다는 회사를 일군 유능한 직원 가운데 새로운 오너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NOAATS는 주식회사로 시작했기에 제 개인회사가 아닙니다. 그래서 언젠가 제가 은퇴할 시기가 오면, 저와 함께 기업을 일군 사람들 중에 저보다 더 나은 대표가 나왔으면 합니다. 누가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훗날 그 사람에게 ‘그동안 수고했습니다. 제가 더 멋진 회사로 성장시키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거 같습니다”

체계적인 지원책 아쉽다
끝으로 문 대표는 정부의 중소기업 진흥 정책에 ‘칭찬’과 ‘쓴 소리’ 한 마디씩을 남겼다. 먼저 칭찬부터 하자면 “전 세계적으로 우리나라만큼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에게 지원책을 펴는 나라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과거 국가 주도의 경제 개발이 이뤄진 탓에 여전히 그러한 관행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문 대표는 이어 아쉬운 점으로 “지금과 같은 현금 위주의 지원책은 그 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환경 조성이 더 중요합니다. 여기에는 산업 클러스터 확장과 도로망 확충도 포함되지만, 지식기반 경제에서는 눈에 안 보이는 부문에서도 인프라가 필요합니다. 특히 우리나라 중소기업 오너들의 경우 대부분 엔지니어출신들이 많아 경영을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런데도 경영을 제대로 가르쳐주는 곳이 없어 헤맬 때가 많습니다. 저 역시 창업 당시, 참조할만한 사업 계획서를 찾다가 국내에서는 찾지 못해 결국 미국의 ‘중소기업청’이라 할 Small Business Administration 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 홈페이지에는 매우 다양한 레벨, 그러니까 아주 작은 소기업을 위한 스타터 레벨부터 시작해서 다양한 형태의 사업계획서 샘플이 준비되어 있었고, 작성 요령부터 시작해 수백페이지에 달한 매뉴얼이 모두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에서도 좀 더 시스템적인 지원이 필요합니다. 언젠가는 대한민국의 예비 창업자들이 저와는 달리, 국내에서도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합니다”
어쩌면 우리나라의 금융 산업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시작이 늦은 만큼 앞으로 성장할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그리고 그 변화의 중심에서 매우 큰 역할을 담당하게 될 NOAATS의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해 본다. 

취재_양성현 기자, 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