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노테크놀로지 시대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주)파크시스템스!

원자현미경 분야 세계 1위 기술력으로 세계 시장에 우뚝 서다.

박상일 대표
“우리나라의 미래를 이끌 주역은 역량 있는 벤처기업들이다.”

원자현미경은 대표적인 나노 계측 장비이다. 광학현미경으로는 볼 수 없는 나노미터(1000분의 1 마이크로미터)를 고해상도로 볼 수 있는 최첨단 장비이다. 전자현미경과 달리 진공으로 갈 필요도 없다. 대기 중에서도 얼마든지 사용할 수가 있다. 원자나 분자까지도 관측이 가능한 이 놀라운 기술력에 있어서, (주)파크시스템스는 현재 세계 1위를 달리고 있다.

무모하지만 가치 있는 도전
 박상일 대표가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 원자현미경은 막 개발이 시작된 새로운 기술이었다. 스탠퍼드 대학에서 박사학위 과정을 밟던 박상일 대표는 그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졸업을 할 무렵, 이 기술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아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기술을 상용화 시켜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충분히 세계 시장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기술이니까요. 당시 원자현미경을 만들 줄 아는 사람이 전 세계에 몇 명 되지 않는 상황에서, 저는 가장 앞선 기술을 터득하고 있었고 우수한 제품을 만들어낼 자신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세계 최고의 대학에서 학업을 마친 박상일 대표가 대뜸 사업을 하겠다고 말하자, 여기저기서 말리기 시작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과 지인들도 만류하셨고 서울대 교수님들은 허튼 생각하지 말고 물리학과 교수 자리가 비었으니 거기에 지원하라고 하시더군요. 매우 갈등이 되었습니다. 제가 세상물정도 모르고 무모하게 사업에 뛰어드는 것일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한동안 고민을 하다 보니, 이런 생각이 들던 군요. ‘대학 교수가 되겠다는 사람은 나 말고도 얼마든지 있는데 내가 굳이 그 사람들과 경쟁해서 남의 일자리를 뺏을 필요가 있을까? 나는 사업을 해서 남들이 필요로 하는 장비도 만들고 일자리도 만들자.’ 안되면 접더라도 일단 해보기나 하자는 도전정신이었습니다. 외국에서 유학 온 사람이 맨손으로 사업을 한다는 것이 일견 무모해 보일지라도 분명히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그 당시 아무런 사업의 기반도 없던 박상일 대표는 좋은 아이템과 기술력에 대한 믿음 하나로 사업에 뛰어들었다.

위기를 넘어서 일궈낸 성과들
 24년 전 무모해 보였던 박상일 대표의 도전은 미국에서 1차 성공을 거두었고 다시 한국에서 세계 나노테크놀로지 발전에 크게 기여 중인 (주)파크시스템스[Park Systems]의 성공신화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회사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아찔한 위기도 있었지만 박상일 대표는 결코 주저앉지 않았다.
 현재 파크시스템스는 원자현미경에 관한 한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거의 모든 상을 휩쓸고 있다. “우리 회사가 개발한 제품은 국내 1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시장에서도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에 국내외에서 많은 상을 받았습니다. 정말 싹쓸이한 것 같아요. 지금까지 받은 상 중에서 가장 큰 상은 한국공학한림원에서 받은 ‘젊은 공학인 상’입니다. 1년에 한두 명에게만 주는 상이니 꽤 의미가 있죠. 그리고 장영실상, 정진기언론문화상, 벤처기업대상, 피터드러커 혁신CEO상, 21세기 대상, 대한민국 10대 신기술상 등을 수상했고 ‘닮고 싶고 되고 싶은 과학 기술인’에 선정된 적도 있어요. 또 이건 조금 의외였는데, 작년에 동아일보에서 시행한 ‘10년 뒤 한국을 빛낼 100인’에도 선정되었습니다. 이제는 다른 분야뿐만 아니라 벤처기업인들도 사회적으로 상당히 높게 평가되고 있는 것 같아 흐뭇했습니다.”

국가의 발전을 이끄는 건 벤처기업들
 “인력문제에 있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다른 중소기업들에 비하면 우리 회사의 인력 사정은 좀 나은 편이지만, 미국의 벤처기업이나 우리나라의 대기업에 비하면 인재들로부터 부당하게 소외 받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비교해도 우리 회사의 경우 금전적인 보상도 높고 작업환경도 좋고 일할 수 있는 자율성도 많이 주어지기 때문에 본인이 커갈 수 있는 좋은 무대가 됩니다. 현재 직원들도 다른 대기업으로 간 동창들보다 더 높은 만족도를 느낍니다. 하지만 문제는 우리가 새로운 인재를 모집하려고 할 때 사람들이 잘 응모를 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중소기업은 보수나 근무 환경이 열악하다는 고정관념 때문에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거죠. 정작 본인은 관심이 있지만 가족이 만류하거나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대기업에 가는 사람도 있고요. 그런 얘기를 들을 때면 회사의 대표로서 속상한 마음도 들고 우리 사회의 현실이 매우 못마땅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잘 모르는 중요한 진실이 있다. 세계 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역은 거의 전부 벤처기업이라는 사실이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잘 알려진 벤처기업 뿐 아니라 전기전자 산업의 지멘스, 화학 산업의 BASF, 카메라 산업의 코닥, 복사기 산업의 제록스, 자동차 산업의 포드, 항공기 산업의 보잉, 특송운송 산업의 페덱스 등은 모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산업을 일으킨 기업이며 그들의 시초는 모두 벤처기업이었다. 없던 제품을 새로운 기술로 개발해 신산업을 일으키는 것, 그게 바로 벤처기업이다. 그만큼 벤처기업은 국가 경제의 발전에 큰 기여를 하는 중요한 성장 동력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기업은 새로운 기술이나 남다른 아이디어가 있어서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과거 정부주도의 경제발전 계획에 가담했기 때문에 대기업이 된 것이다. 정부로부터의 특혜, 저임금으로 열심히 일한 근로자들, 또 열악한 조건으로 납품해온 협력업체들 덕에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며 그만큼 사회적 채무를 지고 있는 셈이다. 막연히 대기업을 선호하는 국민들의 의식도 바뀌어야 한다. 크기나 외형이 아니라 ‘얼마나 발전 가능성이 있는가, 얼마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가.’가 가장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사람들의 잘못된 인식 때문에 벤처기업이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자금난과 인력난 같은 어려움과 더불어 대기업과의 불공정 거래로 인해 많은 벤처기업들이 성장의 기회를 놓치고 여러 위기에 시달리다가 사라져가고 있다. “국가경제의 미래는 벤처기업의 성패에 달려있습니다. 규모만 가지고 기업의 가치를 평가해서는 곤란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벤처기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벤처기업들이 커나가기 위해서 정부에서 좋은 환경을 제공해줘야 합니다. 사회적 인식이 바뀌는 게 가장 급선무 되어야 할 문제인 것 같습니다. 사실 중소기업 중에는 대기업을 능가하는 우량기업들도 많다는 걸 사람들이 하루 빨리 알게 되어야죠.”

 박상일 대표는 무엇을 하든지 최선을 다해야하며, 그리고는 일의 결과가 잘되든 못되든 자신이 한 일에 후회가 없어야 한다고 말한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그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어쩌나하며 노심초사하면 마음만 고달파집니다. 일단 결정했으면 일의 성패는 하늘의 뜻으로 받아들이고 밀어붙여야 합니다. 그래야 정신적 여유도 생기고 최악의 경우에도 위로가 되니까요. 저는 여태까지 그래왔고 제가 한 모든 일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또한 박상일 대표는 자신이 사업을 경영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철칙은 합리성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인 편견이나 감정을 배제하고 무엇이 가장 바람직한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솔직하고 원리원칙대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스스로 떳떳한 삶을 사는 거야 말로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행복한 인생입니다. 그런데 우리사회에는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꾀나 부리고 요령만 부리고 기회주의자처럼 말도 바꾸고, 눈앞의 이익에 따라서 이합집산 해봐야 일이 잘될 리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도 못 받고 스스로도 자괴감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올곧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렇게 실천해왔다고 자부합니다. 저는 늘 직원들에게 말합니다. 일을 할 때, 회사에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사명감을 가지고 합리적인 사고를 가지고 일을 해야 한다고 말입니다.”
 “진정한 정신적 만족은 물질적인 풍요에서 오는 것이 아닙니다. 예를 들어 돈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칩시다. 또 권력이 많은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모두 그 사람을 싫어합니다. 왜냐하면 부정한 짓으로 살아가기 때문이죠. 스스로 떳떳하지 않은 삶을 살면 주위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합니다. 과연 그 사람이 행복할까요? 반대로 가진 것이 많지 않아도, 사회적 지위가 높지 않아도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성실하게 수행하며 살아가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위 사람들이 모두 좋아합니다. 존경을 받게 됩니다. 진정으로 행복한 사람이지요. 물론 이런 사람은 자신에게 떳떳한 선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죠.”
 박상일 대표는 지난 해 자신의 인생관을 담은 저서 《내가 산다는 것은》을 출간한 바 있다.


취재_최지영 기자
사진_김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