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구는 어린이의 놀이를 위한 유희기구로서 지능개발 및 상상력을 통한 창의성 발달을 유도하는 도구다. 또한 놀이를 통해 사회적응 능력을 키우고 정서적으로 올바른 성장을 도와주는 역할을 함으로써 인류의 오랜 역사와 더불어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아왔다. 특히 오늘날 완구는 유아부터 성인까지 폭넓은 수요층을 가지고 있으며, 캐릭터 산업의 발전으로 생산 기술까지 함께 발달한 상태다. 특히 과거에는 완구가 전통적인 의미의 단순한 놀이기구였으나 최근에는 어린이의 상상력 개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새로운 아이디어와 디자인이 가미된 기능성 완구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달 소개되는 ‘혁신리더’의 한 사람 상해남동완구유한공사의 이태훈 대표는 비록 시작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끈질긴 인내와 집념으로 대한민국 완구 업계의 한 축을 당당히 지탱하고 있다. 가깝고도 먼 중국 대륙에서 오늘도 아름다운 동심(童心)을 키우는, 다 큰 남자 이태훈 대표를 만나보았다.
우연으로 시작된 사업 이태훈 대표는 원래 중국에서 무역업을 하던 사업가였다. 주로 일본 측과 거래를 많이 했는데, 그 이유는 사업을 하는 동안 일본 쪽에 많은 지인을 뒀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방, 재킷부터 시작해 다양한 상품을 거래하는 종합 무역이었습니다. 일본이 주 타깃이었던 이유는 그 쪽에 거래처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유럽 쪽은 제가 개인적으로 별로 선호하지 않았는데, 왜냐면 시장이 크다보니 크레임도 만만치 않고 또 신용이 불확실했습니다. 하지만 일본은 신용이 정확했죠. 품질, 딜리버리, 가격이 다 중요하지만, 일본과는 신뢰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런데 20년 동안 함께하다보니 그동안 신뢰가 돈독하게 쌓였습니다.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죠. 완구업은 97년에 아주 우연찮게 시작 했습니다” 국가가 주도하는 사회주의 경제의 영향 탓인지는 몰라도, 중국은 각 제품 별로 생산 단지가 한 군데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태훈 대표가 완구업을 하게 된 계기도 이와 무관치 않다. “중국을 와보니 실용적으로 공단을 조성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쉽게 말해 가방을 만드는 곳에 가면 가방만 있고, 완구를 만드는 곳에는 완구만 있습니다. 중국 정부에서 일부러 그렇게 운영하는 것이지요. 그러다가 1997년이 되자 중국 당국에서 공장을 개인에게 팔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경제에도 변화가 필요했는지 정부관할에서 개인 소유로 바뀌게 된 것이다. 그런데 그 당시 완구 공장은 덩어리가 큰 사업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에 부담을 느낀 중국 사업가 한 사람이 저를 찾아와 인수를 부탁했습니다”
참 잘 시작한 사업! 어쩌면 당시 중국 정부에서는 완구 사업의 전망을 그리 낙관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시간이 흐르자 그 많던 완구 공장들이 다 문을 닫고, 이태훈 대표의 남동완구만 홀로 살아남은 것이다. 그렇지만 완구 업계에 뛰어든 것은 정말 잘한 결정이었다고 이 대표는 말한다. “완구공장을 해 보니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 업계에 가장 뒤늦게 발을 들인 셈입니다. 한국의 토종 회사들도 이곳 중국에 진출했다가 문을 닫고 나간 경우가 많았는데, 용케 살아있는 것을 보면 저의 길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원래 완구 업을 하던 사람들 가운데서 봐도 이제는 큰 회사들만 남은 상태입니다” 이태훈 대표가 보기에는 무엇보다 ‘현지화’가 생존의 비결이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일찍 현지화를 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일본으로 제품을 수출했지요. 사실 한국과는 거래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특별히 불편한 것도 없었구요. 그리고 초창기에는 이곳 상해 어디를 가도 바이어로 대우 받을 수 있었습니다. 왜냐면 당시는 중국 제품이 해외로 직접 나가지 못하고 종합상사를 통해 나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직접 바이어를 상담한 적이 없다보니 저를 무척이나 반가워했습니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인력난 오늘날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불린다. 길어야 10년, 불과 지난 몇 년 사이 중국 경제가 급성장 할 수 있었던 까닭은 비교가 되지 않는 저렴한 노동력을 무기로 전 세계 제조업의 70%이상을 흡수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젠 이것도 옛말이라는 게 이태훈 대표의 설명이다. ‘3D 업종’기피가 이미 만연화 된 우리나라 못지않게, 중국에서도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제조업 취직을 선호하지 않는 풍조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돌이켜보면 초기부터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직원이 3000∼4000명 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650명 정도 밖에 되지 않습니다. 7, 8년 만에 5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죠. 시장 규모도 예전 같지 않고 직원들도 빠져나가고 그러니 자동적으로 감소를 한 것이라 봅니다. 특히 젊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안 하려해서, 새로운 직원이 거의 들어오지 않습니다. 또 기존의 직원들 역시 결혼 등의 가정사로 다 빠져나가고 있습니다. 제조업의 경우 인건비가 곧 부가가치이자 핵심입니다. 마치 3000명의 직원이 적진으로 돌격하는 것과 같은데 그 수가 줄어드니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나마 저희의 경우 일본 측과 거래를 많이 해 마진이 남는 편입니다”
사람을 찾아 공장을 짓다 상황이 이러다보니 이태훈 대표는 독특한 아이디어 한 가지를 구상하게 된다. 아무리 구인을 해도 오지도 않는 신규 인력을 기다리는 대신, 사람이 많은 곳에 아예 공장을 새로 짓기로 한 것이다. 그것이 2005년에 설립한 태창남동이다. “여기 사람이 줄어드니,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새 공장을 설립한 겁니다. 공장이 중심이 아니라 노동인력이 중심이 된 것이죠. 나름 승부스룰 던진 셈인데, 안타깝게도 결과는 실패였습니다. 아무래도 지방이나 인력이 더 있을 줄 같았는데 그렇지가 않더라고요. 시대의 변화로 이미 시골에서도 이런 노동 집약적 산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 것입니다. 애당초 2000명 정도를 모집할 것으로 계획을 세웠는데 500명이 왔습니다. 5년 정도 공장을 하다 결국 문을 닫았어요. 그래서 정리를 하고도 직원 200명이 남았기 때문에 태창 남규를 다시 세웠습니다. 말하자면, 기존 2000명 규모의 공장을 200명 규모로 줄인 거라 보시면 됩니다. 그렇게 많은 인원은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공장을 작게 다시 지은 것이죠”
이제는 값싼 인건비를 믿고 중국에 투자하면 낭패 조금은 낯선 풍경이다. 오늘날 대한민국 젊은이들이 제조업 기피 현상이 그렇게 빨리 중국에서도 재현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만큼 세계는 빠르게 변하고 있다. 한편으로 이 같은 사실은 더 이상 중국 시장의 메리트는 값싼 노동력에 있지 않다는 것을 우리가 알아야 함을 말해준다. 중국 진출을 준비 중인 예비 사업가라면 특히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 젊은이들도 더 이상 공장 일을 안 하려고 합니다. 시스템 안에서 일을 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죠. 그들도 자유롭게 일 하기를 원합니다. 아무래도 교육 수준이 높아진 것이 영향을 주지 않았나 싶습니다. 또 한 자녀만 낳다보니 일이 힘들면 아예 부모에 의지해 사는 젊은이들도 많습니다. 반대로 공장은 연령대가 너무 높아져 40살이 넘은 직원들이 대부분입니다” 이태훈 대표는 갈수록 전 세계 제조업에서 중국의 입지가 줄고, 대신 동남아 지역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분명히 중국 시장은 점차 인력 난으로 힘들어질 게 틀림없습니다. 때문에 이제는 냉정히 업종을 전환하던지, 아니면 다른 나라로 가던지 해야 할 상황입니다. 현재 최선은 인도네시아나, 방글라데시, 배트남으로 옮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그곳에 먼저 간 사람들이 많이 있는데, 중국보다는 사정이 낫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가 제일 전망이 높은데, 현재 해외진출을 생각하고 계신다면 중국보다는 그런 국가에 투자 하는 게 더 옳다고 봅니다. 불안 요소야 있겠지만 사업을 하려면 때로는 모험도 즐겨야 하고 다시 시작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물론 사업체 전체를 이전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옮겨야 한다면 비용적인 면에서 돈이 들어도 과감할 필요가 잇습니다. 저도 어느 시점에는 그런 고민을 할 때가 올 것 같습니다”
해외 진출을 바라는 CEO들에게 한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 시장은 매력적이다. 12억 인구가 모인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기 때문이다. 이태훈 대표는 중국을 포함해 현재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둔 기업가들에게 몇 가지 조언을 남겼다. “뭐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비단 중국뿐만 아니라 어디를 가든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어쨌든 남의 나라입니다. 그렇다면 먼저 그들을 존경할 줄 알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 중소기업의 CEO들은 중국, 동남아를 후진국이라 생각하고 오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마인드 자체가 그러니 트러블이 안 생길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을 존경하고 존중해주면 신뢰가 쌓인다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문화를 먼저 수용하고 가야 하는 것이죠. 인격을 무시하면 절대 안 됩니다. 그러면 성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따지고 보면 저 역시 이곳 중국인의 도움을 받은 셈입니다. 그 중국 사업가가 권유하지 않았다면 지금 완구가 아닌 다른 사업을 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저는 이곳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내가 정착하는 곳이 내 나라라는 사고가 필요합니다. 그게 기본이 되면 그 이후는 걱정 안해도 됩니다. 사람에 대한 문제, 문화에 대한 문제를 수용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입니다”
최고의 경영전략은 상부상조 그리고 상생 특별한 경영철학이 없느냐는 질문에 이태훈 대표는 어려운 상황이 닥쳤을 때, 동종 업체와 서로 도왔던 것이 매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소개했다. 물론 업종마다 차이는 있겠으나 어쩌면 라이벌일수도 있는 상대와 손을 맞잡고 위기를 이겨낸 그 패기가 놀라웠다. “물론 저도 어려운 계기는 여러차례 있었습니다. 일을 하다보면 거래 하는 업체가 갑자기 문을 닫는 경우도 있고, 또 주문량이 갑자기 줄어든다던지 하는 그런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그것을 여기 현지에서 풀었습니다. 기발한 경영관까지는 아닙니다. 이곳에 한국 회사들이 몇몇 있는데, 그들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평소 많이 맺었습니다. 서로 비즈니스 관계도 아닌데다 각자 일본시장과 미국시장 이렇게 따로 상대하다보니, 맞부딪힐 일이 없어 교류를 했습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그들이 어려우면 우리가 도와주고, 우리가 어려우면 그들이 우리를 도왔어요. 완구를 생산하다보면 항상 캐파(Capacity)를 맞출 수가 없습니다. 많을 때는 많아지고 없을 때는 없지요. 그럴 때마다 서로 그런 교류를 잘 했습니다. 또 함께 일을 하면서 부족한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다시 말해 협력 관계를 활용한 전략이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서로를 경쟁 관계로만 생각하지 않는 일종의 경영모델을 도입한 셈입니다”
노력은 필수지만 때로는 운도 필요하다 누구나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는 제품이 나오기도 전에 대박을 꿈꾸고, 반대로 실패는 전혀 생각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매출이 현상 유지 수준만 되어도 다행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사업가로의 성공은 쉽지가 않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 것일까. 이태호 대표는 일단 CEO 개인의 의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막 시작하려는 그 일을 좋아하는 것보다 더 먼저 생각해야 할 게 있습니다. 과연 내가 하려는 일이 앞으로 계속 갈 수 있는 업종인지 아니면 일찍 문을 닫아야 할지도 모르는 업종인지를 판단해야 하는 것이죠. 그래서 계속 갈 수 있다면 과감히 투자를 해야 합니다. 제일 어려운 순간이 그러다 계획이 틀어져 다시 처음부터 새로 시작해야 할 때입니다. 그게 어렵습니다. 도전을 즐길 필요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래서 여기까지 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력만 한다고 모든 일이 이뤄지지는 않는다. 뜻밖에도 이 대표는 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사업은 운도 있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보통 운이 좋아야 한다고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제 경험에 비춰보건대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상하게 운이 안 따르면 성공을 하지 못합니다. 다른 말로는 기회라고도 정의할 수 있습니다. 저도 그동안 운이 많이 따랐던 것 같습니다. 정말 어려울 때 저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갑자기 나타난다거나, 또 이상한 일이 터져 생각지도 않았던 도움을 받은 경우가 많습니다. 완구 업도 사실 제일 늦게 시작했고 또 당시에도 선호하는 사업이 아니었음에도 저를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그렇게 여기까지 계속 왔습니다. 그런 운이 없었다면 지금의 저는 없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 욕심은 없다! 경영은 욕심을 내면 낼수록 더 어렵다고 한다. 물론 사업을 하면서 그 욕심을 전혀 내지 않을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욕심을 자기의 현재 상황에 맞게 부리면 큰 어려움이 없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 이상의 욕심을 낼 때 발생한다. 이태훈 대표는 이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저는 그렇게 큰 욕심이 없었습니다. 경영도 결국 즐기면서 하는 것이고 내가 일을 하는 데서 즐거움을 찾아야 합니다. 단지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되면 사업의 경쟁력도 잃는다고 생각합니다. 어떨 때는 제가 사업을 하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즐겁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끝으로 이태훈 대표는 완구 사업을 관망하는 인상적인 멘트로 긴 시간의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완구 사업 역시 첨단 기술을 응용한 제품들이 늘어나면서 봉제 인형과 같은 기존의 단순 제품들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친구의 역할을 해줄 인형이 필요합니다. 분명한 것은 아이들은 앞으로도 태어날 것이고, 그 아이들에게는 그러한 완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이죠. 그렇게 보면 한계가 없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어차피 누군가는 해야 할 일입니다. 영원한 비즈니스. 그것이 완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